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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때, 특히나 여러 사람과 함께 글과 생각을 공유하게 되는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될 경우에는 가능한 '즐겁게' 또 가능한 '이성적으로', '차분한 마음과 생각으로' 글을 써 나가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포스팅은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답답하고 안타깝고, 화나는 심정이 더 앞서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필리핀에는 주말마다 발행이 되는 교민신문들이 있습니다.
보통은 대부분의 지면이 교민 업체광고로 채워지곤 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거나 하지는 않는데, 오늘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서 '정독' 을 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피해를 당하신 한 교민의 이야기 입니다. 대략 얘기는 이렇습니다.

필리핀 남부 다바오에서 살고 있는 은퇴이민자 윤영씨(50, 가명) 는 집 부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뒤따라 오던 다른 골프 팀들(산티아고, 필리핀 인) 이 윤씨의 팀에게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고 윤씨의 팀을 앞질러 다음 홀로 '새치기' 를 했다. 심지어 다음 홀에서는 티샷을 서너 차례나 거듭하며 뒤따라 오던 윤씨 팀의 게임 진행을 방해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윤씨 팀의 한 일행이 'Hey, Hurry up!' 이라고 말을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게 마주치게 된 이들은 윤씨의 팀을 향해 '왜 소리를 지르느냐' 고 시비를 걸었고, 그 광경을 보고 었던 다바오시의 비뇰 부지사가 이들의 실랑이 끼어들면서 사건은 더 커졌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고 필리핀이다.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 며 격분한 골프채를 휘둘렀고, 가족들 앞에서 골프채로 '폭행' 을 당한 윤씨는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필리핀 경찰은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 윤씨에게 '골프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무례하게 행동하며, 필리핀 사람을 비하하고 욕했다' 는 죄를 씌워 유치장에 수감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

윤씨는 산티아고로 부터 적절한 합의금으로 합의를 하자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태이며, 필리핀인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다바오 부지사인 비뇰 부지사로부터 접수된 '추방신청' 에 의해 필리핀에서 영구 추방될 위기에 처해진 상태다.


마음이 참 답답합니다.

일전에 한국 방송에서도 보도가 되었던 것 처럼, 필리핀에서의 한국인들이 언제까지 '마사랍 코리안' 으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사 말미에서는 '필리핀에서 살려면, 필리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는 내용도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으로써는 오히려 '적절치 못하다' 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장에서 소리를 질러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가 이해해야 할 '필리핀의 문화' 라고 한다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골프채를 휘둘러선 안된다는 것은 세상 누구도 파단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식' 일테니까 말이죠.
정말 이들이 말하는 '문화 차이' 가 문제가 된다면, 과연 은퇴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필리핀 정부의 입장에서 필리핀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어집니다.

앞서 내용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필리핀 이민법(1940조) 에는 '필리핀인을 모욕하거나 학대한 외국인은 국외로 추방 될 수 있다' 는 조항이 있습니다.
극히!!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조항 하나로 필리핀에 사는 외국인들, 특히나 '좋은게 좋은거지~'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교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법은 구성원인 국민들의 정서에 의해 만들어지고 집행될 때 '통치하는 법' 으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필리핀의 이민법은 어찌 보면 이들 필리피노들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흥분하며, 내 동족(가족, 친척, 이웃, 바랑가이) 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객관적인 판단에 앞서 감정을 앞세우는 이들의 정서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느 여행책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친절한 필리피노' 와 '감정을 건드려선 안되는 필리피노' 가 함께 공존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필리핀 사람들의 정서이고, 그 정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법이 '필리핀 자국민 보호법' 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좀 다릅니다.
어렵게 살았던 시절에도 누군가 내 집을 방문하면 당신의 아이들 보다는 손님에게 더 먼저 좋은 것을 먼저 내 놓으시곤 하던 제 어린시절의 어머님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이렇게 남에게 먼저 베풀곤 했던 우리의 정서가 분명 우리가 간직하고 후세에도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그것이 이 시대에 어떻게 반영이 되어야 하는지는 다시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내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피해사례들이 국민적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 어찌 보면 이런 우리의 정서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일전에 주필리핀 대사관의 홍승목 영사님의 행동은 현지에서 살고 있는 교민에 입장에서 무척 큰 힘이 되는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서너집 건너 한명 꼴' 이라는 한국내의 이주 여성들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문제이듯이, 이제 지구촌 곳곳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살아가는' 우리 교민들을 위해서 뭔가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 지금 시작해도 많이 늦은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다바오에서 어려운 일을 겪고 계신 윤선생님!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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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러빙이 2007/12/17 1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다가 '욱'하게 되는걸요..?
    정말 말이 안나오네요. 에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BlogIcon COMMONPLACE™ 2007/12/17 1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번 사건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한듯 하네요.

    • BlogIcon brin9 2007/12/17 1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ㅠㅠ;;
      Alex 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뭔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거 같네요.
      지나칠 정도로 힘든 일을 겪고 계신 윤 선생님의 상황이 잘 해결 길 바랍니다.

  2. BlogIcon COMMONPLACE™ 2007/12/17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선 후보들의 밝힌 재외국민에 대한 정책을 한번 살펴봐야 겠네요.

  3. BlogIcon 산티아고 2007/12/17 2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여기 산티아고가 나오네.

  4. BlogIcon 라라 윈 2007/12/17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관광삼아 갔었던 필리핀의 아름답고 여유로운 모습에 취하고,
    가이드셨던 (알고보니 대학 선배님이시라 더 친해졌던) 분의 필리핀 홍보로 은퇴이민을 고려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항과 실제 이러한 부당대우도 일어나고 있군요..
    종종 한국의 방송에서 필리핀 은퇴이민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던데, 이러한 문제점이나 여러 부분도 함께 비추어 주면 좋겠네요.
    이민이라는 것이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갑작스레 추방이라는 조치를 받게되면 너무도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사건 겪으신 분, 일이 잘 해결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BlogIcon COMMONPLACE™ 2007/12/17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신중한 판단과 꼼꼼한 준비 없는 은퇴이민은.. 자칫 인생 자체를 은퇴해야 할 상황이 되기도 하는거 같네요. 그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을듯... 합니다.

  5. BlogIcon gomdori 2007/12/18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교민은 맞아도 유치장에 갖히는 건, 어느나라에 있던지 마찬가지네요.

  6. BlogIcon moONFLOWer 2007/12/19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조항만을 보면 필리핀이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않는군요.
    어느나라나 가지고 있는 '후진성'이란 것이 있지만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차별'을 내세운 필리핀이라니. 뭐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겠지만요. 사실 저 법 조항을 보면 그동안 외국인들이 얼마나 필리핀인을 학대했길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좀 그러네요.

    아무튼 그 분 사건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 BlogIcon COMMONPLACE™ 2007/12/19 1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문플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필리피노들이 외세에 침략도 잦았었고, 그로인한 국민들의 삶도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다~ 그런건 아니거든요. 우리 역사도 사실 만만치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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